2011년 2월 1일 화요일

혈우병 급여기준고시 (보건복지부 제 2010-135호)에 치명적 결함?


‘피가 잘 멎지 않는’ 혈우병 환자들 150여명이 서울 종로구 소재의 보건복지부 앞에서 ‘잘못된 복지부 고시로 재정이 낭비된다’며, 집회를 열고 즉각적인 개정고시를 촉구했다.
 
지난 27일 집회에 참가한 환자 가족에 따르면, 복지부는 한 푼이라도 건강보험 재정을 아끼기 위해 환자의 치료환경 개선을 유보하고 있는데, 실상 치료 일선에서는 복지부 견해와는 달리 재정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따라서, 국민들에게 ‘혈우병’은 치료비가 많이 들어가는 환자들로 인식돼 가고 있으며, 치료환경도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복지부 앞에서 집회를 열게 된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이들은 지난 해 12월 29일자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대한 세부사항(보건복지부 고시 제 2010-135호)’에 ‘잘못된 부분’이 있어 건강보험의 재정낭비를 막기 위해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실을 외면한 보건당국의 정책, 결과는 건보 재정낭비로 돌아온다”
 
현재 환자들이 사용하는 치료제는 1단위 당 ▲모노클레이트P 491원 ▲코지네이트FS 511원 ▲애드베이트 538원 ▲그린진 652원이며, ▲그린모노(250단위와 500단위로 판매)는 250단위가 1병이 121,250원. 500단위 1병이 242,500원이다.

이 약품 중에서 ‘모노클레이트P’와 ‘그린모노’는 나이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지만 이외의 치료제는 1983년 이후에 출생한 환자에 한해서 보험급여적용을 해주고 있다.
 
아울러, 복지부는 환자의 나이를 제한하는 이유를 “보험재정 측면, 급여기준(나이제한) 폐지에 따른 혈액자원의 폐기문제, 타 혈액제제의 원가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즉, 나이제한을 풀게 되면 ‘보험재정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으로 보여지며, 따라서 모노클레이트P와 코지네이트FS는 불과 20원 차이로 나이제한이 없는 약과 있는 약으로 나눠지게 된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복지부가 환자들과 이견을 보이며 정면충돌하는 듯해 보이는 이유도 이같은 보험 재정측면에서 적은 금액이라도 엄격한 잣대로 급여를 제한하겠다고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국의 70%의 혈우병 환자들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국혈우재단의원(서울·부산·광주 각 1개소씩 총 3개 의원)은 복지부와는 다른 기준의 잣대로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혈우재단 홍보실에 의하면, 금년 1월 혈우재단 의약심의위회의(의사 등으로 구성된 한국혈우재단 조직)에서는 ‘코지네이트FS(511원/iu)’는 처방하지 않고 ‘그린진F(652원/iu)’를 처방하겠다는 취지를 분명히 밝혔다.
 
나이제한이 없는 모노클레이트P 491원을 기준으로 할 때, 코지네이트FS는 20원이 비싼 반면, 그린진F는 161원이 비싸다. 즉 141원의 추가 비용지출이 발생하게 된다는 간단한 셈법이 나온다.
 
앞서 한국혈우재단 ‘2009년도 혈우병 백서’에 의하면 ‘8인자응고결핍환자’ 그룹 1500명 중 83년 이전 출생환자가 650명이며 이후 출생환자가 850명으로 알려져 있다.
 
‘혈우병 백서’의 환자 나이 구분표를 근거로 적용 계산해 보면 나이제한(83년 이전출생)에 걸린 환자들 650명은 그린모노나 모노클레이트P를 사용하고 나이제한이 없는 환자들 850명이 ‘그린진F’를 투여할 때 발생하는 건보 재정지출비용과,
 
또 나이제한(83년 이후출생)이 없는 환자들 850명이 ‘코지네이트FS’를 사용하고 나머지 환자들이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은 방법으로 그린모노나 모노클레이트P를 나누어 사용한다고 할 때, 산술적인 결과는 오히려 복지부 판단에 크게 역행하는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 환자들의 주장이다.
 

따라서, 코지네이트FS를 나이제한이 없는 현행 모노클레이트P 가격대로 인하시키고 나이제한을 풀게 되면, 복지부가 예상했던 대로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고 아울러 환자들의 치료환경도 개선이 된다는 것이다.


 
 
얼핏 복잡해 보이는 셈법이지만 환자들의 주장을 간단하게 풀이하자면, 환자들이 사용하는 치료제 1iu당 ‘20원’의 차액을 절감시키기 위해 유전자재조합 치료제를 나이제한으로 묶어 두는 것은 결과적으로 치료제 1iu당 ‘141원’의 추가적 재정낭비를 초래한다는 계산으로 해석될 수 있다.
 
건강보험공단에서 보도자료 배포해 ‘혈우병 돈 많이 쓰는 질환으로 낙인’?
 
환자들의 복잡한 마음을 설명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매우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것은 곱지 못한 시선과 수많은 오해 때문에 비롯된다고 말할 수 있다.
 
지난 2010년 8월 건강보험공단(이사장 정형근)은 ‘2009년 건강보험 고액환자 분석 결과’를 내놓으면서 ‘유전성 제8인자 결핍증(혈우병)환자가 가장 높은 고액진료비 환자’라고 발표했다. 이후 많은 언론들은 ‘30대 혈우병환자 건보 최고 혜택’이라는 등 온갖 비아냥거리는 기사가 쏟아져 나온바 있다.
 
이 때문에 혈우병 환자들은, 건보공단의 보도자료가 국민들에게 ‘혈우병에 대한 오해’를 불러왔다고 했다. 환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해당 보도자료에 소개된 환자는 일반적인 혈우병 치료제가 듣지 않는 아주 희귀한 케이스의 환자였고 평범한 혈우병 치료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매우 특별한 상황이었음에도 건보공단의 그 보도자료 한번으로 혈우병 환자 전체에게 악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라고 울분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환자들은 이같은 오해를 풀기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민원활동을 펼쳐왔다고 했다. 이와함께 치료비 절감을 위해서도 노력했고 따라서 새로운 치료제를 도입하게 됐으며 국내의 ‘약가산정기준’에 의해 혈우병 제8응고인자 치료비 전체의 26%정도 인하시키는 결과를 돌출해 내기도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복지부는 싸늘한 시선만 보내온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27일 집회에서도 복지부 관계자는 “실력행사에는 대응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환자들의 호소를 ‘실력행사’로 간주했으며, 집회가 있던 그 추운 날씨에서도 환자들을 민원실로 안내조차 해주지 않았다고 했다.
 

‘환자 단체와 제약사와의 유착? 별 거지 발 싸게 같은 망발!’
 
한 혈우병 환자에 따르면, 새로운 치료제가 시판 될 때마다 근거 없는 이야기가 난무했다고 했다. 1991년 한국혈우재단이 설립되면서 거의 10년 동안 녹십자의 사실상 독점적 시장지배 속에서 치료를 받아왔기 때문에 다른 치료제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져볼만한 여건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던 중 혈우병 사회에 ‘집단 A형 감염’ 등의 바이러스 감염사태가 있었다. 녹십자와 식약청 등의 소송이 진행됐고, 환자들은 대체 치료제의 다급성을 느끼고 모노클레이트P의 도입을 서둘렀다.
 
모노클레이트P가 국내에 들어오면서 혈우병 치료 환경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고 그 당시에도 환자단체와 제약사와의 유착관계설 등이 난무했다. 결국 모노클레이트P의 연착륙과 함께 유언비어들은 게눈 감추듯 사라져버렸다. 해당 치료제는 국내에 안착되면서 현재까지 환자에게 계속 사용되고 있다.
 
그로부터 또 몇 해 후 와이어스(현재의 화이자)에서 혈우병 제9인자응고결핍 치료제인 베네픽스의 런칭이 시도됐다. 동시에 박스터의 유전자재조합 제8인자응고결핍 치료제인 리콤비네이트도 국내 도입을 진행했다. 우여곡절 끝에 리콤비네이트는 0세 급여제한기준(신환자에게만 급여가 적용되는 기준)을 받기도 했고 점차 연령이 확대되어 83년생까지 사용할 수 있는 기준으로 완화됐다.
 
반면, 베네픽스는 당시 국내에 ‘9인자 대체 치료제가 없다’는 판단하게 보건당국에서 비교적 쉽게 시판을 허가했다. 그 당시 혈우병 9인자 환자들은 녹십자의 ‘훽나인(9인자 복합제제)’으로 치료를 받아오고 있었다.
 
그 때도 역시 유언비어들이 쏟아져 나왔다. ‘박스터와 환자단체가 결탁되었다’, ‘와이어스가 환자들과 유착되었다’는 등의 별별 말들이 다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 역시 실체가 없는 뜬소문이었고, 환자들의 민원활동으로 국내 런칭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했던 박스터는 오히려 경쟁사인 녹십자와 파트너가 되어 자사의 제품인 ‘애드베이트’와 ‘훼이바’, 이뮤네이트‘ 등을 녹십자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최근에도 과거와 유사한 소문들이 떠돌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코지네이트FS가 활주로에 착륙하려는 단계이다. 그러다 보니 환자단체와 회사와의 유착관계 이야기가 또 나오는 것이다.
 
한국코헴회 한 관계자는 여당의 모 의원실 비서관으로부터 색안경을 낀 질문공세를 받았다고 전했다. 소위 ‘뭐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다’는 것처럼 환자들 스스로가 치료환경개선을 위해 발 벗고 뛰고 있는 민원활동을 가지고 이권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는 것이다.
 
환자들은, 어수선한 현 상황을 보건당국이 빠른 결정을 통해 안정된 치료 상황으로 바꾸는 것이 가장 우선순위라면서 모든 상황이 정리되면 오해는 또 금방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한국혈우재단을 향해, 환자의 복지 증진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므로 혈우병환자들이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 앞서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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