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9일 일요일

혈우병 치료제 화이자의 '진타' 분석 (Ver. beta)


최근 혈우병 유전자 재조합제제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면서 바이엘의 코지네이트FS, 박스터의 애드베이트, 녹십자의 그린진에프 등 8인자 유전자재조합제제에 대해 언급한바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화이자(구 와이어스)의 ‘진타’에 대해서는 언급이 적었던 것 같다.
 
이유는, 보다 적확한 자료를 근거로 분석해 보고자 했었는데, 회사 관계자의 협조가 원활하지 않았다. 필자는 지난해 말. 해당회사 관계자에게 ‘진타’에 대해 “공개된 정보”를 요구하였으나 지금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이에 필자가 확보한 자료 중 일부에 대해 서술해 보고자 한다.
 
이에 앞서, 향후 전망에 대해서 언급하는 부분은 필자의 개인적 견해가 다수 포함되어있으므로 보다 정확한 것은 혈우병 전문의 또는 해당회사, 식약청, 복지부 등에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제해 둔다.
 
‘진타’는 혈우병 유전자재조합제제 치료제로써 소위 ‘제3세대’ 치료제 범위에 포함되는 것으로 알부민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이 점에 대해서는 박스터의 ‘애드베이트’와 같은 세대의 제품이다. 그러나 분자구조는 ‘B-domain’이 삭제되어 있기 때문에 ‘Full Length’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 ‘애드베이트’와는 조금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다.
 
“‘B-domain’을 삭제하면 항체가 생길 수도 있다”는 일각의 주장이 있어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WFH(세계혈우연맹) 의료부총재를 역임한 폴 지안그란데 박사에 의하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한바 있어 이 부분에 대해서는 논외로 하겠다.
 
‘진타’는 지난 2010년 8월 국내 식약청으로부터 허가가 완료된 상태이다. 때문에 복지부로부터 가격과 건강보험 적용기준을 받게 되면 언제든 국내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우선, 외형적인 면을 살펴보면 두 가지 형태의 포장 키트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첫 번째는 ‘어뎁터’가 별도로 제공되는 ‘프리필드 형’이 있으며, 두 번째는 ‘all-in-one 형’이 있다. 이 ‘올인원’이라는 신형 진타는 약품을 섞는 과정을 없앴다. 따라서 보다 쉽고 빠르게 주사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국내에는 프리필드 형이 신청허가된 상태. 아래사진)
 
‘all-in-one 형’을 좀 더 설명하자면, 일반적으로 환우들이 약품을 주사하기 위해서는 주사용수를 치료제가 담긴 병으로 옮겨 넣고, 그 다음에 약품을 녹인 후 다시 주사기로 옮겨서 혈관에 투여하는 방법인데, 이런 번거로운 과정을 없앴다는 것이다.
 
빠른 투여, 쉬운 투여를 위해 애드베이트는 BAXJECT II, 코지네이트FS는 BIO-SET을 제공한다. 이같은 방법은 ‘양두침’이 사라지면서 보다 안전해졌고 편리해졌다. 그런데 신형 ‘진타’는 진일보했다. 지금까지 나와 있는 방법과는 달리, 주사기 하나에 ‘팩터’와 ‘주사용수’가 들어있어서 주사기를 밀어 넣으면 약품이 주사용주사 섞이게 되고 잠시 후 그냥 주사하면서 된다는 것.
 
특히, 한 병에 3000 iu가 담긴 제품을 금년(2011년)에 출시할 예정에 있다. 물론 3,000 iu 제품은 박스터에서 가장 먼저 내놓은 바 있다. (국산 치료제는 500단위가 가장 큰 단위임-해당 회사 관계자는 고단위를 만들 수 없어서가 아니라 소아환자들 또는 예방적 치료 등을 위해서는 고용량 단위보다는 저용량 단위가 효율적이며, 또한 제품의 단위 다양해지면 병의원에서 관리하기가 불편해진다고 언급한바 있다.)
 
국내 식약청에 신청 허가된 사항을 살펴보면 애드베이트가 500, 1000, 1500 iu로 신청허가가 되었고 진타는 250 500 1000 2000 iu 제품으로 각각 허가를 받았다.
 
이 제품의 주사용수는 일반적인 증류수가 아니라 0.9%의 염화나트륨을 이용한다. 효능효과는 일반적인 치료제처럼 “혈우병 A (선천성 VIII 인자 결핍증) 환자에서의 출혈의 조절 및 예방, 일상생활 및 수술 시 출혈 예방”으로 허가를 받았다. 아울러, ‘소아에 대한 투여’에 대해 “이 약은 신생아를 포함하여 모든 연령의 소아에게 적합하다”고 되어 있다.
 
환우들이 가장 관심 갖는 부분은 ‘항체발생’에 대한 임상적 자료일 것이다. ‘항체’에 대한 부분을 풀어 설명하다보면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식약청 허가사항을 그대로 옮겨 놓겠다.
 
▲약품 사용설명서 내용 중 항체발생에 대한부분
 
 
<‘진타’의 허가사항> KFDA 제공
 
임상시험에서, 이전 방법으로 제조된 이 약을 투여받은 치료기왕력이 없는 환자 101명중 32명 (32%)에서 억제인자가 발현되었다. 101명중 16명(16%)이 >5BU의 역가를 나타내었고, 101명중 16명(16%)이 ≤5BU의 역가를 나타내었다. 이 환자들에서 억제인자 발현 이전의 평균 노출일은 12일이었다 (범위 3-49일).
 
16명의 높은 반응 환자들중에 15명이 면역 내성 (immune tolerance, IT)치료를 받았다. 높은 반응을 보인 환자들중에 11명이 IT치료 이후 가능한 최종 측정에서 < 0.6 BU의 역가를 나타내었다. 또한, 16명의 저역가 (≤5BU) 환자들 중에 10명이 IT치료를 시작하였고, 최종 역가가 < 0.6 BU인 환자들에서는 9명이었다. 그러므로, 높은 반응 환자의 IT 유효성은 73%, 낮은 반응 환자는 90%로써, 전체적인 IT 유효성은 80% (20/25)이다. IT치료를 받지 않은 저반응 환자들 6명중 5명의 최종 역가 또한 <0.6 BU이었다.
 
이전 방법으로 제조된 이 약을 사용한 임상시험에서, 출혈 에피소드에서의 유효성이 평가된 치료 기왕력이 많은 환자들 113명 중 1명(0.9%)에서 높은 역가의 억제인자가 발현되었다. 이 환자에서 억제인자의 발현은 불확실한 유의성을 지닌 단일클론 감마병증의 발현과 동일한 시간 프레임으로 발생하였다. 이 환자는 노출 98일째에 지역 실험실에서 치료관련 저역가 억제인자가 처음으로 확인되었고 노출 113일째에 중앙실험실에서 2 BU로 확인되었다. 이 약으로 지속적인 치료 18개월 후 억제인자가 거의 13 BU까지 높아졌으며, 출혈 에피소드는 이 약 치료에 반응하지 않았다.
 
치료기왕력이 있는 혈우병 A 환자를 대상으로 일상적 예방 및 필요에 의한 치료를 위해 이 약을 투여한 중추 3상 임상시험에서, 94명의 피험자가 이 약을 최소 한번 이상 투여 받았으며, 총 6775회를 주입(infusion) 하였다. 이 연구에서, 이 약에 대한 VIII 인자 억제인자의 생성은 일차 안전성 평가변수이었다. 94명 중 저역가를 지닌 2명의 환자(2.1%)에서 일시적 억제인자가 관찰되었다. Bayesian 통계 분석에서, 이 연구의 결과는 이전 이 약을 지지하는 연구에서 나온 치료기왕력 환자에서의 결과를 업데이트하는데 사용되었다. 이 Bayesian 분석은 이 약의 집단 (진성) 억제인자 생성율이 미리 정의된 허용치인 4.4%보다 낮음을 보여주었다. 진성 억제인자 생성율의 예측 상한치는 4.07%이었다.
 
자발적 시판 후 보고에서 치료기왕력이 있는 환자들에게서 높은 역가의 억제인자 발생이 보고되었다.
 
치료기왕력이 있는 환자 113명중 20명(18%)이 외관적 임상적 영향없이 항-CHO (Chinese hamster ovary, 이 약의 VIII인자의 공급원인 세포계) 항체 역가의 증가를 나타내었다.


반감기 최악(?)
혈우병 치료제는 일정부분 시간이 지나면 체내에서 활성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처음 최고점을 기준으로 50%까지 떨어지는데 걸리는 시간을 반감기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혈우병 A형 치료제의 경우에는 8시간정도가 지나면 반감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진타'의 경우 30명을 대상으로 반감기를 조사한 결과 11.2 ±5.0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최소 6.2시간에서 최고 16.2시간으로 나타난 것이다. 또한 2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6개월 추적조사를 한 결과는 11.8 ±6.2로 나타났다. 풀이하자면 최소 5.6시간에서 최대 18시간이라는 것(임상자료 아래 첨부).

이렇듯 '진타'의 반감 편차는 다른 치료제들 보다 크게 나타났는데, 실상 유전자재조합제제 치료제들은 비교적 높은  편차를 보이고 있다. 이 부분은 다소 오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첨언하자면, 어떤 치료제든 환자들의 몸 컨디션에 따라 반감기는 다소 달리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을 덧붙인다.

▲진타의 임상자료 반감기 및 최초/최고 도달시간 등이 나타나있다.


아래 박스터의 '애드베이트' 임상자료를 비교해 보면 두 약품간의 차이를 알수 있다. (참고 애드베이트 임상자료)


▲리콤비네이트와 애드베이트의 '반감기' 및 최초/최고 '도달시간' 등 자료
▲코지네이트와 코지네이트FS의 '반감기' 및 최초/최고 '도달시간' 등 자료
약효에 대한 환자들의 만족도 조사
진타의 경우 1회투여로 74.3%의 환자들이 '매우만족하다'는 결과를 나타냈다. 이어 2회투여로 92.5%의 만족도를 보였고, 3회투여로 96.2% 4회투여로 99.9%의 만족도를 나타냈다. 이에 비교하여 같은 세대로 분류되고 있는 애드베이트의 경우 1회투여로 81% 2회투여로 93%, 3회이상의 투여로 100%가 '지혈작용'에 만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의 만족도 조사는 각 회사의 표기 방법에 따라 상이할 수 있으므로 아래의 표기를 보고 판단하기를 바란다.
▲진타의 지혈 컨트롤 만족도 조사

▲애드베이트의 지혈 컨트롤 만족도 조사


향후전망
화이자의 ‘진타’가 국내에 출시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타당성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가격은 얼마에 책정될 것인가? ▲국내의 환경과 환자들의 선호도 ▲의사와의 관계 ▲처방이 얼마나 이루어질 수 있으며 또한 실제 사용환자는 몇 명이나 될 것인가? ▲시장점유률은 얼마나 될 것인가? 등 회사 나름대로 구체적인 점검이 있겠지만 지금으로써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격전략
만약, 복지부의 약가산정방법에 따라 동종치료제로 결론이 난다면, 현재 최저가격인 코지네이트FS 511원보다 최대 68%까지 가격이 인하될 수 있다. 그러면 Unit당 300원대에 공급해야 한다는 것. 이 가격이라면 사실상 공급이 불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신약’으로 가격 전략을 세워야할 가능성이 높다.
 
환자입장에서는 ‘유전자재조합 치료제는 별반 차이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회사입장에서는 ‘신약’이라는 조건을 만족할만한 근거를 충분히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진타’의 원료명은 ‘모록토코그알파’라고 허가받았다. (참고로 그린진은 ‘베록토코그알파’) 유전자재조합제제 중에서 ‘B-domain’을 제거하면서도 ‘원-펩타이드’ 구조를 가지고 있고 ‘알부민프리’인 제품인데, 이런 내용을 동시에 충족하는 제품은 없으니 ‘신약’이라고 말할만하지 않겠는가?
 
마켓공략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예상 수요가 필수적으로 따라야한다. 막상 지금 시점에서 환자들이 굳게 뭉쳐있는 상황이라 마켓확보가 쉽지 않다. 특히 ‘나이제한’이라는 것이 걸려있기 때문에 시기가 좋지 않다. 하지만 나이제한이 풀리는 2013년 이후에는 도전해볼만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환자, 의사에게 사전에 정보를 제공하고 공유해야 한다. 아울러 ‘진타’의 장점을 알리는데도 치중해야 할 것이다. 제약사들은 대부분 새로운 약품에 대해서는 학회를 통해 의사들에게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의 예를 보면, 혈우병 치료제는 조금 다른 양상이다. 제품의 장점을 알리는 것과 함께 환자 지원정책에 대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재단(NHF)’이나 ‘협회(Association)’ 등 단체를 지원하면서 환자그룹을 관리하는 방법도 있고 대국민 캠페인을 통해 특정회사의 인지도를 높이기도 한다. 또는 환자 어머니들을 관리하면서 신환자 부모와 연계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이른바 ‘Key Doctor’의 확보에 이어 ‘Key Patient’ 확보가 관건인 것.
 
출시는 언제?
녹십자의 ‘그린진 에프’가 2010년 7월 30일 허가되었고, 그 후 불과 열흘 뒤인 8월 11일에 화이자의 ‘진타’가 식약청 하가를 마쳤다. 이론적으로 보면 그린진F가 출시되고 10일 뒤에 진타가 출시되지 되지 않을까? ^^;; 하지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린진F’는 적어도 일정부분 사용할 환자 그룹이 있고 처방할 수 있는 의원이 있다. 그러나 ‘진타’는 조금 입장이 다르다. 따라서 <재단을 통해 공급할 것인가? 일반 병의원을 통해 공급할 것인가?> 또한 <어떤 의사가 처방해 줄 수 있겠는가? 어떤 환자들이 약품을 투여하겠는가?>를 살펴야 할 것이다.
 
전략과 전술방법?
환자들은 대체적으로 화이자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이다. 하지만 9인자를 사실상 독점(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기술 우위적 독점이라는 표현이 맞겠다)하고 있는 화이자에게 8인자까지 내어주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화이자는 단기적 전략보다는 장기적 전략을 세우고 재단(박스터를 밀어내고 그 자리에 연착륙하는 방법)이나, 특정병원을 통해 소수의 환자들을 관리하면서 점차 시장을 넓혀 가는 방법이 있지 않겠는가? 또 다른 장기적인 방법으로는 본사에서 효과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8인자환자들의 프로그램을 먼저 런칭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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