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25일 화요일

복지부의 혈우병 건보정책 ‘손 따로 발 따로?’

△ (자료사진) 혈우병 환자들은 "나이제한으로 일부 환자에게만 치료제를 사용(건강보험적용)하게 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혈우병 환자들이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나이제한 치료차별’ 철폐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나선 가운데, 보건복지부는 최근 ‘유전자재조합 제품의 약가가 혈액유래 제품의 약가보다 비싸다’는 취지 등을 이유로 들어 보험급여의 적용을 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코헴회(혈우병환우회) 소속 ‘8인자회의’ 신창재 의장은 24일 <독립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복지부가 고작 20원 때문에 650명의 혈우병환자 치료를 2년간 연장 제한했다”면서 “현재 일선에서 이뤄지고 있는 환자들의 치료 상황을 전혀 알지 못하는 복지부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먼저, 신 의장은 “피가 잘 멎지 않는 질환 혈우병은, 제8인자응고결핍, 제9인자응고결핍, 항체환자, 본빌리브란트 환자, 기타응고인자결핍환자 등으로 나뉜다”며, “8인자를 제외한 모든 환자들의 치료제는 국제가격보다 비싸거나 비슷한 수준이고 나이제한도 없이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격이 문제’라는 복지부의 견해 때문에, 유독 제8인자 환자 중 83년 이전 환자만 지난 수 년동안 아무런 의료적 근거도 없이 나이제한으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이것은 계속 인권과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했다.
 
“환자들 활동으로 전체 8인자 혈우병 치료비 26%가량 낮췄는데 돌아오는 것은 나이제한”?
 
신 의장은 혈우병환자들이 ‘나이제한 치료차별’에 대하 ‘건강보험 제정’이 크게 문제가 된다는 것을 인지하고 ‘8인자회의’에서 치료제의 가격인하를 위해 제약사 압력에 박차를 가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때문에 83년 이전 출생한 8인자 환우들은 ‘코지네이트FS’ 보험등재 과정에서 제약사(바이엘)를 압박하여 국제 가격보다 파격적으로 싼 가격으로 기존 8인자 치료약품 가격을 26% 인하시켰다”고 했다.
 
이 결과, 혈우병 치료제의 가격인하에 대해서 복지부도 일정부분 인정하였고 이에 지난 해 ‘12월 29일자 복지부 개정고시(2010-135호)’를 통해 83년 이후 출생환자에 대해 종전 월 10회 치료제 처방을 월 12회 치료로 일정부분 급여확대 고시한 바 있다.
 
그러나, 신 의장은 이 부분 역시 문제를 삼았다. 그는 “83년 이전 출생한 환자들의 민원활동으로 혈우병 환자들의 전반적인 치료비가 인하되었음에도 83년 이전에 출생한 환자들은 아무런 혜택이 돌아오지 않았고 오히려 나이제한이 없이 치료를 할 수 있는 83년 이후 출생자에 대해만 2회분의 치료제를 더 처방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아연실색했다.
 
아울러, “환자들의 민원활동으로 ‘코지네이트FS’의 가격이 인하되자, 녹십자사가 ‘그린모노’ 가격을 1IU당 485원으로 내리고 CLS제품인 ‘모노클레이트-P’를 1IU당 491원으로 내린 관계로 (복지부가) 다시 83년 이전 출생한 환자에 대해 나이제한을 2년 연장했다”며, “결과적으로 ‘코지네이트FS’는 20원 차이 때문에 나이제한을 한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따라, 신 의장은 “이번 복지부 고시(2010-135호)는 8인자 시장을 혼탁하게 만드는 ‘엉망고시’”라며, “환자들의 민원활동을 무색하게 만드는 ‘넌센스 고시’”라고 질타했다.
 
복지부, ‘3.9% 20원 때문에 나이제한’ ... 혈우재단, ‘27.6% 비싸도 그린진F는 통과’
 
최근 한국혈우재단(이사장 최용묵)은 2011년 1월에 개최된 의약품심의위원회에서 보험약가가 고시된 ‘그린진F(652원/IU)’와 ‘코지네이트FS(511원/IU)’의 사용여부를 심의하면서 그린진F는 통과, 코지네이트FS는 부결시켰다.
 
이에 대해 신 의장은, “복지부가 환자들의 치료현장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혈우재단의원의 의약품심의위원회의 결과를 설명하면서, “실상이 이러함에도 복지부는 최저가 유전자재조합 제품과 최고가 혈장유래 제품의 약가 차이가 3.9%에 불과함에도 나이제한을 한 것은 탁상공론식 복지행정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혈우재단 홍보실 이대근 과장은 <독립신문>과의 통화에서 의약품심의위원회의 결과에 대해 ‘이유를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한바 있다. 그 후 지난 21일, 뒤늦께 이 과장은 다른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의약심의위원회 위원들이 검토과정에서 ‘에드베이트와 그린진F 등 3세대 제품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2세대 제품인 코지네이트FS를 환자들에게 권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고 해명한바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신 의장은 “에드베이트와 그린진F 모두 녹십자에서 판매하고 있는 제품이기 때문에 재단의원에서 처방하겠다는 게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에드베이트(538원/IU)와 그린진F(652원/IU)는 재단의원에서 처방안하겠다고 했던 코지네이트FS(511원/IU)보다 모두 비싼 치료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신 의장은 재단 이 과장이 의약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혈우병 환우들은 건강보험 등을 통해 지원을 받기 때문에 실제 가격부담은 큰 차이가 없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복지부에서 크게 강조하고 있는 재정적인 측면을 완전히 무시했다”며, “코지네이트FS와 그린진F의 약가 차이가 27.6%인 점을 고려하면 한국혈우병환자의 70%를 진료하는 한국혈우재단에서는 보험재정 절감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나이제한 철폐를 계속 주장할 것
 
한국코헴회 ‘8인자회의’의 ‘나이제한 철폐’ 활동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8인자회의’는 25일 성명를 내고 “혈우병 A 환자 중 나이제한을 받는 650명의 환우를 대표하여 유전자재조합 제제의 비인권적, 비윤리적 나이제한 철폐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 같은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후진적인 국내 혈우병 치료 환경이 개선될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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