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31일 일요일

복지부, 혈우병 환자 ‘치료부재 될 것’ 알고서도 ‘방치’

복건복지부가 혈우병 환자들의 ‘치료제가 곧 공급중단 될 것’을 알고서도 한 달 넘도록 대책마련 없이 사실상 환자들을 방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복지부와 바이엘코리아는 건강보험으로 혈우병치료제(유전자재조합제제)가 적용되지 않는 환자에게 <무상공급 프로그램>을 통해 혈우병치료제 ‘코지네이트FS’를 공급하다가 최근 ‘공급중단’을 밝혀, 환자들 치료부재가 발생됐다. 이에 따라, ‘응급’을 요하는 혈우병 환자들은 지난 28일 복지부를 집단 방문해 ‘대책안 마련’을 촉구했으나 복지부는 “검토중이다. 검토하겠다”라는 입장만 고수했다.
 
이런 가운데 29일 회사 측은 <코지네이트FS 무상공급 프로그램 중단에 대한 바이엘 코리아의 공식 입장>이라는 제하의 글로 “정부에 무상공급 프로그램 중단에 대한 의견 및 조언을 구하는 공식적 요청을 했으나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다”며 “결국 무상공급 프로그램을 중단할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고 밝혔다.
 
회사 측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미 “지난 6월 말 복지부측에 ‘무상공급 프로그램 종료’를 알렸다”고 했다. 아울러, 회사 측에서 밝힌 ‘공식입장’ 중에서 <정부에 무상공급 프로그램 중단에 대한 의견 및 조언을 구하는 공식적 요청>부분과 관련, “복지부에 언제 알렸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 관계자는 “6월 7일 경”이라고 답했다. 복지부가 이미 50여일 전에 ‘혈우병환자들의 약품공급이 중단된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던 대목이다.

혈우병 환자들은 ‘치료제는 생명과도 같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생명을 담보’로 환자들도 전혀 알지 못했던 내용들이 복지부와 회사 측 간에 오고갔고, 복지부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21명의 혈우병환자들이 당장 8월부터 ‘치료부재’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환자들에게 ‘늑장대처’를 넘어선 ‘무관심 그 자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혈우병환자, ‘생명과도 같은 치료제’
 
혈우병환자들은 혈액 속에 피를 응고시키는 성분이 결핍돼 피가 나면 잘 멈추지 않는 희귀질환이다. 이 환자들은 가벼운 충격에도 지혈이 안 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갑작스러운 출혈로 치명적인 상황까지 이를 수 있는 응급상황을 맞기도 한다.
 
현대의학에서 이들이 생명을 연장해가며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방법은 ‘혈우병 치료제’에 의존하는 방법 밖에 이렇다 할 방법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혈우병 환자들에게 치료제는 ‘생명과도 같다’는 것이다.
 
그런데 당장 8월부터 일부 혈우병 환자들은 ‘생명과도 같은 치료제’를 공급받지 못하게 돼 환자들은 ‘패닉’ 상태이다. 혈우병을 가진 한 환자는 ‘치료제가 끊기는 것’에 대해 “정부가 곧 대책안을 마련해 줄 것이라고 믿고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아 있는 약품이 1주일치 정도 있다”고 했다.
 
혈우병? 치료제가 왜 중단됐나?
 
혈우병(A형) 치료제는 ‘혈액제제’와 ‘유전자재조합제제’로 나뉜다. 국내 혈우병(A형) 환자 1,500여명 중 약 850명은 이 두 가지 치료제 중 한 가지를 선택해 사용한다. 그러나 약 650명의 혈우병 환자들은 건강보험 기준상 ‘혈액제제’ 밖에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복지부와 바이엘코리아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환자’들에게 <무상공급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이에 일부 환자들은 ‘유전자재조합제제’로 치료를 받게 됐고 7월말 현재 이 약품으로 치료받는 환자 수는 21명이다.
 
<무상공급 프로그램>은 환자들이 치료에 소요되는 치료비를 바이엘에서 전액 부담토록했다. 환자의 자부담도 없고 건강보험의 재정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혈우병환자 단체인 한국코헴회는 “<무상공급 프로그램>으로 절감된 건보재정이 무려 50억원에 이른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6월 29일. 환자들은 갑자기 ‘무상공급중단’이라는 통보를 받게 됐다. 정부로부터 ‘대책마련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모았던 환자들은 치료제가 거의 바닥 날 때까지도 아무런 이야기를 듣지 못하자, 지난 28일 보건복지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복지부 관계자들과의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복지부 관계자는 “바이엘과 이야기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곧 결론이 있을 것”이라며 환자들을 ‘귀가조치’시킨바 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환자들은 복지부를 박차고나와 즉각 회사 측에 연락을 했다. “복지부와 어떤 이야기가 오고가는가? 왜 바이엘은 환자들에게 침묵하고 있는 가?” 회사 측을 향해 환자들은 파상공격을 퍼부었다.
 
그러자 회사 측은 29일 <코지네이트FS 무상공급 프로그램 중단에 대한 바이엘 코리아의 공식 입장>이라는 회사측 입장을 밝히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혈우병환자 모임인 한국코헴회 비상대책위(위원장 정영규)는 “정부의 무관심이 이 정도일줄 몰랐다”며 “28일 복지부를 방문했을 때 그(복지부 관계자)들은 ‘회사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또 ‘환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이 말들이 모두 거짓인가?”라며 분개했다.
 
그러면서 “그날(28일 복지부면담 시) 우리 환자들은 복지부측에 <무상공급프로그램>을 같이 진행했던 복지부와 ‘약을 가지고 있는 바이엘 책임자 그리고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상황을 극복할 방안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면서 “당장이라도 ‘회사 측 책임자를 끌고 오겠다’고 수차례 이야기 반복했는데도 그(복지부 관계자)들은 끝내 완강히 거부했다”고 했다.
 
바이엘코리아도 환자들 비난 쏟아져 ... 코헴회, “책임 피할 수 없다”
 
코헴회 비대위측 관계자는 “<무상공급 프로그램>이 물론 복지부의 승인으로 진행됐지만 환자들에게 직접 약품을 공급하는 회사가 ‘약품공급중단’이라는 결정을 그렇게 쉽게 내버린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무상공급 프로그램>을 받았던 환자에게 문제가 생기면 복지부와 더불어 회사에게도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지금 당장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회사공식입장’이랍시고 떠들어봐야 우리들이 이해나 해줄 것 같으냐?”라며 “우선 치료제부터 공급한 후에 회사의 입장을 밝히든 말든 해야 할 것”이라고 쓴소리를 퍼부었다.
 
계속해서 그는 바이엘 코리아가 공식입장을 밝힌 내용 중 ‘정부가 연령제한에 대한 결정을 재고할 여지가 있다고 보고 논의를 지속해 왔으나, 결국 상황은 전혀 바뀌지 않았습니다’라는 부분을 지적하면서 “이것은 복지부에 화살을 돌리려 하는 것 아니냐?”고 묻고는 “정부와 어떤 이야기가 오고갔는지 환자들 앞에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라고 힐난했다.
 
21명의 혈우병 환자들 ‘패닉’... 일부 환자는 ‘약 없다’ 치료제 모두 ‘소진’
 
‘약품공급 중단’이 발표된 뒤, 첫 번째로 한 혈우병 환자의 약품이 모두 소진 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35세, 서울 동작구 흑석동) 환자는 <무상공급 프로그램>으로 받았던 약품 중 남아 있던 마지막 약품을 관절 출혈로 사용했다.
 
그는 “‘이 주사(치료제)가 마지막 주사인데’, ‘아껴야하는데’ 생각했지만 진통제로도 통증을 잡을 수 없었서 어쩔 수 없이 마지막 약품을 맞아야 했다”며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계속해서 그는 “주변에서 다른 친구(같은 약품을 사용하는 환자)들에게 약을 빌려야 하나 (라고 생각했다)”면서 “그 친구도 이제 마지막 약 일 텐데, 빌려도 갚을 수 없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진짜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약 떨어지면 ‘복지부가 책임지겠다’고 했으니 일단 약품을 구입해서 사용하고 정부에다가 ‘약속대로 지원해 달라’고 할까 생각했다”며, 자신이 비급여로 약품을 구입하면 “얼마나 되는지 계산도 해봤다”고 했다.
 
김 모씨, 비급여로 '코지네이트FS'를 구입하면 매달 치료비만 7,665,000원 발생
 
코지네이트FS의 가격은 1iu당 511원이다. 김 씨는 몸무게가 60킬로그램이 나가기 때문에 식약청 기준으로 환산하면 1회 투여량이 1,500iu가 된다. 가격을 따지면 766,500원이다. 그는 한 달 평균 10회를 투여하기 때문에 한 달에 760만원이 넘는 비용을 치료비로 사용해야 한다.
 
김 씨가 사용해야할 추정 치료비 760만원도 ‘일반적인 출혈’ 시에 적용된 것이다. 만약 긴급상황이 발생되면 치료비가 상승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혈우병성 관절염으로 인공관절치환술 등 기타 수술이라도 하게 되면 투여량이 1회 3,000 iu가 되고 투여횟수도 크게 늘어나 ‘일반적인 출혈’에 비해 몇 곱절 껑충 뛰게 된다.
 
특히 비급여 100/100 본인부담금은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한 ‘본인부담상환제(일정금액이 넘게 되면 환급해 주는 제도)’도 적용되지 않는다. 물론 ‘희귀난치성질환자 의료비 지원’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순수 자부담’ 해야 된다.
 
약 없으면 ‘복지부가 책임진다?’
 
지난 28일 코헴회 비대위측과 복지부 담당자들과의 대화에서 복지부 한 관계자는 “약이 없을 때 복지부가 책임지겠냐?”는 환자들의 질문에 “책임지겠다”고 답변한바 있다. 특히 “사고라도 나면 2-3억이 들어가는데도?”라고 묻자 복지부 관계자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기자가 동행취재에서 확인한 바 있다.
 
당시 환자들은 일시에 ‘맥’이 풀렸다. ‘복지부가 책임을 지겠다’고 했으니 ‘더 이야기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환자들은 미심쩍은 듯 “이대로 그냥 갈수 없다. 여기서 기다리겠다”고 하자, 복지부 관계자는 “6시면 여기(민원실) 문을 닫는다”며 ‘고압적’인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한편, 7월을 ‘마지막 하루’ 남겨 둔 30일, 코헴회 비대위는 대책마련에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선 급한 것은 21명의 환자들. 그들에게 남아 있는 약품을 얼마나 되지는 정확히 파악하고 그들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이들에게 다급한 것은 복지부의 답변도 아니고 제약회사의 답변도 아니다. 바로 환자들이고 그들 자신들이다. 환자들은 ‘누구를 믿어야 할지 도무지 판단이 안 선다’고 했다. 환자들 치료제를 놓고 쉽게 이야기 하고는 ‘아니면 말고식’으로 뒷짐만지면 결국 환자들은 밤새 통증에 시달려야 하고 병마와 싸워야한다는 것이 환자들의 목소리다.
 
한 혈우병 환자가 말했다. “G20국가에서 있을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일들이 바로 앞에 닥쳐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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