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26일 금요일

혈우병치료제 ‘국내산업보호’라는 명분은, 정부도 속고, 국내기업도 속고, 의사도 속는 것!


혈우병치료제 ‘국내산업보호’? … "정부도 속고, 국내기업도 속고, 의사도 속는 것!"
 
혈우병 치료제의 나이제한 폐지 건강보험급여 적용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혈우병환자 치료제 시장에 여러 제품이 들어오기 위해서 피 튀기를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순진한 환자들은 ‘안전한 치료제’ 그것이외에는 별다른 욕심이 없다.
 
그러나, 기업들은 다르다. 치열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략과 전술을 펼치고 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혈우병 중에서도 혈우병 A형 타입의 치료제 시장이다. 전체혈우병 환자 중에 80%를 차지하는 만큼 혈우병 A형 시장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치열한 싸움 중이다.
 
국내에는 녹십자 제품과 한독약품의 수입제품 그리고 박스터의 제품이 이미 기득권을 쥐고 일정부분 마켓을 쉐어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바이엘이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따라서 기존 업체들은 자기 시장을 지키기 위해 다각적인 전투방위 체제에 돌입한 것이다.
 
현재 녹십자는 자사의 혈액제제 ‘그린모노’를 환자들에게 공급하고 있으며, 한독약품은 외산 혈액제제 ‘모노클래이트-피’를 공급하고 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다국적기업인 박스터는 유전자 재조합제제 ‘애드베이트’를 녹십자를 통해 환자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따라서 녹십자는 자사의 혈액제제와 수입 유전자재조합제제를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혈우병 치료제의 추세는 혈액제제에서 유전자재조합 제제로 흘러가고 있다. 기존 혈액제제는 각종 혈액바이러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 때문인데, 사실 국내외적으로 혈우병환자들은, 혈액제제로 인한 AIDS HCV 등 각종 간염사례가 발생되었거나 또는 법정다툼을 진행하고 있다.
 
박스터의 유전자재조합제제가 국내에 처음 런칭 되었을 때, 보건당국에서는 보험적용기준을 ‘0세이후 출생자’라는 어처구니없는 기준을 적용시켰다. 이 말은 기존환자들에게는 건강보험을 적용 해주지 않고 앞으로 태어나는 환자에 대해서만 보험을 적용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이후 보건당국은 86년생 이후 출생자로 일정부분 급여기준을 완화해주었고 이어 83년생까지 확대해 주었다. 당시 보험적용을 인정할 때 고려했던 것 중에는 ‘가격’ 그리고 또 다른 한 가지는 바로 ‘국내산업보호’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새로운 약품의 가격이 기존 약품의 가격보다 훨씬 저렴해 지자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건강보험 재정을 고려한다면 새로운 약품으로 환자들이 사용해야 하는데도 ‘국내산업보호’라는 부분이 남겨져 있기 때문에 보건당국이 장고에 빠진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상황을 지켜보건데, 보건당국에서 바이엘의 유전자재조합제제에 대해 건강보험급여 적용을 놓고 ‘국내산업보호’라는 이유로 급여인정을 어느 선으로 할 것인가에 대해 갈등을 하고 있는 듯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러한 갈등에는 모순이 있기 때문에 쉽게 해결될 수도 있다.
 
최근 녹십자에서는 ‘그린진에프’라는 유전자재조합제제를 만들었다. 녹십자의 이와같은 성과는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라며 자긍심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혈우병치료제의 수출시장을 두드린다는 것이 녹십자의 당찬 모습이다.
 
그러나, 국내 건강보험 적용기준이 혈우병 전체 환자가 아닌 ‘83년생 이후 출생자’라는 나이제한으로 보험적용이 묶여있기 때문에 녹십자도 한쪽 발목이 잡혀있는 상태다. 그린진에프의 세계적인 도약을 위해서는 우선 국내의 건강보험급여 인정기준이 전체 환자로 적용되어야 한다. 그래야 국내에서도 원하는 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폭 넒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이고, 이러한 임상적 자료를 통해 외국에서도 마케팅을 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녹십자는 상당부분 위축되어 있는 모습처럼 보인다. ‘나이제한’이 풀어지면 녹십자는 박스터의 제품과 바이엘의 제품 사이에서 치열한 경쟁을 해야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자랑스러운 제품이라면 떳떳하게 맞서 싸워야한다. 이러다보면 문제점을 발견하게 될 것이고 아울러, 신속히 개선하면서 더욱 가치가 높은 브랜드로 인정받을 수 있다.
 
녹십자는 이 부분을 두려워하고 있는 듯하다. 환자들이 자사의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타사의 제품을 선택하게 된다면 회사로써는 타격을 입게 된다는 것.
녹십자는 무엇을 두려워하는 것 인가? 제품의 질 때문인가? 아니면 환자들의 외면인가?
 
보호 장벽으로 자신을 둘러싸고 어떻게 외국의 자율 경쟁시장에 뛰어들겠다는 것인가? 국내부터 굳건하게 떳떳이 싸움을 펼치는 것이 오히려 장기적인 안목으로 큰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대다수의 환자들은 최고품질의 제품이 국내에서 생산되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제품을 사용하겠다는 애국적 마음도 있을 것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녹십자는 정부와 의료진 도움으로 온실 속에 꽃이 되려고 하는 것일까?
 
특히, 혈우병 치료제의 나이제한 보험인정 기준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고 명분도 없다. 일반 국민들은 “나이 많은 혈우병 환자들은 약이 잘 안 듣는 모양”이라며 오해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다.
 
나이제한을 해오면서 지금까지 돌아보면, 과연 ‘국내산업’이 보호되고 있는가도 점검해 봐야한다. ‘83년생 이후 출생자 보험인정’ 그렇다면 83년생 이후 출생자들은 어떤 혈우병 치료제를 사용하고 있는 가? 그리고 83년생 이전 출생자는 어떤 혈우병 치료제를 사용하고 있는 가?
 
면밀히 따져보면 83년생 이후 출생자는 대부분 다국적 기업인 박스터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즉, 녹십자가 공급만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 ‘박스터’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83년생 이전 출생자는 녹십자의 제품과 한독약품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산업을 보호하려한다면 녹십자의 ‘그린진에프’가 전체 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시장을 넓혀주어야 하는 것이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유전자재조합제제의 나이제한 보험적용이라는 장벽을 국가에서 제거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사실상 지금의 나이제한 보험적용 기준은 녹십자를 보호해주는 것이 아니라 다국적 기업인 박스터를 보호해주는 것인 셈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논리로 해석해 보면, ‘나이제한’이라는 것이 ‘국내산업을 보호하는 것’이라는 주장은 모순된 것이며, 박스터가 파놓은 함정에 국내기업 녹십자가 빠져버렸고, 의료진도 빠져버렸고, 애꿎은 환자들 마저도 국내기업과 각을 세우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발등에 떨어진 불씨 때문에 급급한 마음이야 충분히 이해하겠지만, 잠시 과거를 돌아보자. 한국혈우재단에 설립되면서 혈우병 환자들에 대한 치료제 공급이 원할해 지자, 이틈을 틈타 박스터는 한미무역통상 카드를 치켜들고 우리 정부에 압력을 가하면서 자사제품을 들고 왔다.
 
정부는 통상압력 때문에 두손두발을 모두 들어버렸다. 결국 국가가 국내산업을 지켜주지 못했다. 그러나 환자들이 발벗고 나서서 국내 제품을 사용하겠다고 했다. 결국 박스터는 들고왔던 혈우병 치료제를 보따리에 고스란히 담아들고 본국으로 철수하고 말았던 것.
 
즉, 혈우병 치료에 있어서 ‘국내산업보호’는 국가가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환자들이 직접 나서서 행동할 때 지켜지는 것이다.
 
따라서, 진정 국내 산업을 보호하려면 ‘나이제한 보험적용’ 등의 정부 규제를 훌훌 털어버리고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혈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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